1. 주의 날
교회력은 주의 날(the Lord's day; 계 1:10)부터 시작된다. 유대교에서는 하나님이 6일간 창조하시고 7 일째 날 안식하셨다는 것에 근거하여 율법이 제시하는 안식일을 지킨다. 그러나 신약성서는 한 주의 첫 째 날을 예배를 위한 특별한 날로 제시한다.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한 주의 첫날을 연보를 위한 날로 성별 시키라고 말했다 (고전 16:2). 바울은 또한 트로아에서 토요일 자정까지 설교한 뒤에 일요일 새벽까지 기독교인들과 대화하였다(행 20:7, 11). 계시록의 저자도 자신이 성령에 의해서 사로잡힌 날이 “주의 날”이라고 말한다(계 1:10). “주의 날”은 1세기 말엽 한 주의 첫째 날로 이미 기독교인들에게 친숙해 져 있었다. “주의 날”을 지키는 것은 초대교회가 자신의 신앙을 증거 하는 방식이었다. 복음서는 모두 빈 무덤이 발견된 날이 안식 후 첫날 아침이라고 증언한다(마 28:1-6, 막 16:2-6, 눅 24:1-3, 요 20:1-8). 안식 후 첫날은 창조의 첫째 날로써 하나님이 어두움과 빛을 갈랐던 바로 바로 그 날이다.2) 복음서는 또한 부활한 그리스도가 한 주가 시작되는 첫째 날 제자들에게 나타났다고 증언한다(마 28:9이하, 눅 24:13이하, 요 20:14이하). AD 115년경 익냐시우스(Ignatius)는 매그네시아에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안식일을 금하고 주의 날을 기준으로 사는” 사람들에 관하여 언급한다. 2세기 초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디다케(the Didache) 역시 기독교인들에게 “주의 날에 함께 모여서 떡을 떼며 성만찬을 행하라”고 권고한다. 심지어 이교도들도 “기독교인들은 특별한 날(주의 날) 동트기 전에 성만찬을 위해 모이는 습관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또 주의 날의 다른 용어인 “Sunday"(태양의 날)는 2세기 중엽 등장했다. 순교자 저스틴은 155년 경 이교도 청중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Sunday에 함께 모인다. 그 날은 하나님이 어두움을 물리치고 우주를 창조한 첫 날이며,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무덤에서 일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은 곧 이교도 용어이지만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그리스도의 부활의 의미로 해석하여 Sunday를 받아들였다. 바나바 서신은 Sunday를 “제 8일, 즉 그리스도가 죽은 자 들에게서 부활한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 날”이라고 불렀다. 초대 교인들은 Sunday를 창조의 제 8일로 생각했다. 제 8일은 하나님이 안식하신 뒤 새로운 창조를 시작한 날이란 의미를 갖는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는 “새로운 피조물”이라는 의미가 여기에 들어 있다 (고후 5:17). Sunday는 휴식의 날이 아니라 예배의 날이었다. Sunday는 다른 날들보다 상위의 개념을 지녔다. 그 날은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초대 교회에서 Sunday는 주의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을 회상하는 날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구세주가 죽은 자들로부터 부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터툴리안은 기독교인들은 Sunday, “주께서 부활한 날”에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매 Sunday는 부활의 신앙을 입증한다. 따라서 Sunday는 매주 지키는 부활절이라고 볼 수 있으며, 부활절은 한해의 가장 큰 Sunday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3세기 교회 역시 이 파스카를 준수했는데, 이때 세례와 안수 그리고 첫 성찬을 통해서 새롭게 기독교인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예배를 드렸다. 파스카가 홍해를 건넘으로써 노예로부터 해방된 것을 회상하는 절기였던 것처럼, 교회 역시 세례를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심과 같이 우리로 또한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함이니라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을 본받아 연합한 자가 되리라” (롬 6:4-5). 처음 3세기 동안 그리스도의 수난, 죽음, 부활은 파스카때 함께 회상되었다. 터툴리안은 “유월절은 세례예식이 행해지는 날 보다 훨씬 더 엄숙하다. 왜냐하면 유월절은 우리의 세례의 근거가 되는 주의 수난이 이루어진 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초대 교인들 사이에서는 기독교의 파스카가 유월절에 대한 유대력을 좇아야 하는가에 대한 긴 토론이 있었다. 유월절 어린양의 희생은 유대력으로 닛산월 14일에 일어났는데, 유대력은 음력이기 때문에, 유월절은 보름날 시작되었다. 325년 니케아 회의에서 교회는 결국 유대의 유월절과 달리 교회의 파스카는 항상 Sunday에 지킬 것을 결의하였다. 이는 Sunday의 상징적 의미를 인식한 결정이었다. 나중에 서 유럽에서는 파스카가 보름 이후 혹은 춘분인 3월 21일 이후의 Sunday로 고착되었고, 로만 캐톨릭과 개신교회는 부활절을 이 방식으로 설정하였다.4) 이것이 부활절이 매년 다른 날(3월 22일부터 4월 25일 사이)로 된 이유이다.5) 4세기 무렵, 예루살렘에서 지낸 예수의 마지막 사건들 전체를 회상했던 파스카는 몇 개로 구분되었다. 이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순례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각각의 거룩한 장소들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분리해서 예배할 필요 때문이었다. 유게리아(Eugeria, 스페인여성으로 384년 순례자중 한 명)의 노트가 한 예로 제시될 수 있다. 그녀의 순례 노트에는 다음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수난/종려 주일, 혹은 수난 주간(Holy Week, Great Week으로 불려지기도 함)의 시작은 부활절의 시작이었다. 이 주일에 모든 사람들은 시편과 교창 성가집(antiphone)을 들고 감독 앞에 가서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에게 축복 있으라’ 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다음 3일 간은 작은 예배들이 있었는데, 수요일은 예외적으로 장로(평신도가 아닌 목회자를 가리킴)가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음모에 관해서 읽을 때, 사람들은 신음하며 한탄했다. 목요일은 성만찬을 행한 후 모두가 감독을 겟세마네로 이끌어 갔다. 금요일에는 골고다에서 예배가 이루어 졌는데, 거기서 모든 이들이 행진하면서 나무 십자가에 입 맞추었다. 그러나 4세기 말에 와서 이런 방식의 수난주간 행사는 중단되었다. 어거스틴은 “예수가 어느 날 십자가에 달렸고 어느 날 묻혔는지 그리고 어느 날 부활했는지 복음서에 분명하게 나온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 날들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고, 이때부터 고대의 파스카는 다음과 같이 분리되어 지키게 되었다: 성 목요일(Holy Thursday), 성 금요일(Good Friday), 성 토요일(Holy Saturday), 그리고 부활주일(Easter eve and Day), 또한 수난주간에 앞선 수난/종려 주일과 수난주간의 작은 날들.
4세기까지는 오순절이 성령의 강림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승천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했다. 터툴리안은 그리스도가 오순절날 승천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4세기 말에 이르러 성령강림과 그리스도의 승천은 분리되어 기념되었다. “사도헌장”(Apostolic Constitution)에는 “그리스도의 승천 기념일”이 부활절 후 40일째 되는 날이 적절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을 40일간 가르쳤다는 사도행전 1:3에 근거한 것이다. 파스카(수난절/부활절)와 오순절(성령강림절)은 교회력에서 가장 오래되고 최고로 중요한 절기의 시작이며 마지막이다. 오순절은 부활주일부터 50번째 날을 지칭할 뿐 아니라 부활주일부터 시작하는 50일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유대력에서는 오순절, 즉 “첫 열매의 날”(the Day of First Fruits)을 유월절부터 시작된 한 주기의 결론으로 여겼다. 이 주기 동안 출애굽 자체와 그것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들이 기념되었다. 오순절은 추수의 성별에서 시작되는 추수시즌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오순절”이란 용어는 50일 주기의 마지막날과 50일 주기 전체를 지칭했다. 기독교인들 역시 “오순절”을 오순절의 날 하루 뿐 아니라 부활절에서 시작된 50일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했다. 즉 오순절은 예수의 부활에서 시작하여 제자들이 성령을 받고 교회가 탄생된 때까지의 50일을 가리켰다. 어거스틴은 “주의 부활후 이 날들은 평화와 기쁨의 기간이다. 그러므로 금식해서는 안되고 부활을 상징하여 서서 기도해야한다. 이는 매 주일 지켜져야 하고, 알렐루야 송을 불러야 한다. 알렐루야 송은 장차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우리의 위치라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즉 오순절은 부활절기의 일환으로 지켜졌고, 성령강림과 교회의 탄생은 부활절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니케아 공의회(AD 325)는 Lent(사순절)를 “40일”로 정했다. “40일”은 금식하고 사역을 준비했던 예수의 광야 40일과 비교될 수 있다. 어거스틴의 시대에 사순절은 세례를 위한 준비 뿐 아니라 모든 신자들이 주의 수난에 동참할 준비를 하는 기간이었다. 사순절은 회개의 기간이었고, 영적인 훈련의 수단인 금식은 사순절 기간 중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순절 기간에도 매 주일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했다. 주의 날은 사순절 기간보다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순절 기간 중 6번의 주일은 40일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순절은 따라서 재의 수요일(부활주일 전 7번째 수요일)에서 시작되어 부활절 바로 전날까지 총 46일이 되었다.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사순절, 부활절, 그리고 오순절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을 일러서 “부활절 기간”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교회력의 중심이다. 이 기간은 교인들이 재로부터 정화에 이르는 순례의 행진을 하는 동안 도전 받고 갱신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자료:창골산봉서방카페 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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